[Travel/여행.탐방] 시베리아횡단 (2013.8.5~15)
[Day 4 on Trans-Siberian Railway] 2023.08.10.
밤11시에 눈이 떴고 어느 새 노동자 같은 이가 내 밑의 좌석에 타 있었다. 자정을 넘기며 TSR 나흘째로 접어들었다. 새벽3시부터 독서를 시작하였다. 새벽3시라 하지만 이는 모스크바에서 설정해 놓은 모스크바 기준 시간이었고 시베리아횡단을 하면서 시간대는 계속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도시락면을 먹고 계속해서 독서를 하였다. 아침11시에 식당칸에서 브런치로 보르쉐를 먹었다. 오후1시에 낮잠을 청하고 오후3시에 눈을 떴고 이때부터 바이칼호수 주변을 볼 생각을 하였다. 오후4시가 지나 이르크추크역 정차하여 30분간 쉬었다. 하늘 빛은 잿빛이었다. 사과를 하나 샀고 내려서 기차의 앞머리와 뒷꼬리를 걸어서 살펴보았다. 어느덧 공장 남자는 내리고 세련되 보이는 러시아 여자가 탔다. 커피가 몹시 마시고 싶었는데 할머니 한 분이 나에게 인스턴트커피를 하나 주었다. 하나님도 내 마음을 아셨나 보다. 이르쿠츠크역을 출발하면서부터 내내 양 창밖을 살피며 바이칼호수의 주변을 기다리며 가고 있었다. 이르쿠추크를 지나면서부터 산등성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시베리아에서는 드문 광경이었다. 저녁7시경부터 바이칼의 모습들이 보이는 것 같았으나 이미 날은 저문 뒤였다. 현지시간으로도 서너 시간은 더 앞선 시간이었으니 어두울 수밖에 없는데다 빗발까지 치고 있었으니 맑은 하늘에 비치는 청정호수 바이칼을 보려던 생각은 내 마음뿐이었나 보다. 저녁7시넘어 바이칼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멀리서 불빛만 비쳐주고, 비린내에 버금가는 물내음에 나는 바이칼의 내음만 맡았다. 바이칼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들을 떨치고 밤8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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